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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가질 수 없는 지혜로움...선견지명

선견지명(先見之明)은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여 헤아릴 줄 아는 지혜를 말합니다.

대동기문(大東奇聞) 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당시에 이세좌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부인이 현명하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는 말단의 관리였습니다. 예나 이제나 정치란 항상 시끄러운 것인가 봅니다. 이 때도 폐비 윤씨 사건으로 조정이 분분한 때였습니다. 윤씨 부인은 성종의 후궁으로 연산군을 낳은 어머니입니다. 아들 연산을 출산하고, 이어 연산은 원자로 책립되었습니다. 호사다마인지, 불행히도 이 윤씨 부인이 투기가 심하여 왕에게 미움을 샀습니다. 그 결과 폐비가 되어 쫓겨나게 되었고, 조정 중신들의 회의를 거쳐 사사(賜死)하게 되었습니다. 사사를 하려면 봉약관(奉藥官)이 필요합니다.

봉약관은 입직승지인 유순의 담당이었습니다. 유순은 이세좌의 직속상관이었습니다. 그는 날이 밝으면 어명을 받들고 약사발을 들고 폐비의 사가로 갈 채비를 차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포천의 본가로부터 급한 전갈이 온 것입니다. 부인 장씨가 범에게 물려갔다는 것입니다. 이 무슨 날벼락인가요. 유순은 어전에 급히 아뢰고 본가가 있는 포천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봉약관은 그 다음 서열에 있던 이세좌가 대신 맡았습니다. 그는 본의 아니게 유순의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사약을 내리고 오니 어려운 일을 했다면서 왕은 위로주와 하사금을 두둑히 내렸습니다. 뜻밖의 격려와 인정받음에 만족하여 득의한 모습으로 퇴청하였습니다.

집에 오니 그의 부인이 물었습니다.

요즈음 윤씨 부인의 사사에 대한 문제는 어찌 되었나요?”

세좌는 두둑한 하사금을 내밀었습니다.

마침 오늘 그 일을 내가 담당하였소.”

봉약관을 했다는 말을 듣자 세좌 부인은 대성통곡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우리 집안은 망했습니다. 우리 집안은 망했습니다.”

과연 그로부터 18여 년 후 연산이 왕위에 오르자 폐비 사사에 협조한 이세좌 부자는 극형에 처해졌습니다. 부인의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우리 역사의 한 장면입니다.

 

김경수(중앙대 명예교수언어문화정상화추진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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